* 해당 도서는 한빛비즈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도서 리뷰] 더 라스트 컴퍼니
장혜진 지음
더 라스트 컴퍼니
실리콘밸리에서 한국 기업이 배워야 할 단 하나의 회사, 엔비디아를 만나다
www.hanbit.co.kr
서평: 혁신의 원칙과 리더십의 교본
책 더 라스트 컴퍼니는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의 리더십과 독창적인 조직 문화를 깊이 있게 다룬 책이다. 처음 제목을 접했을 때, “왜 ‘라스트’일까? 끝까지 살아남는 기업을 뜻하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실제 의미는 전혀 달랐다.
여기서 '더 라스트(The Last)'는 “내가 평생을 바치고 싶은 마지막 회사”라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한때 “이 회사에 뼈를 묻겠다”는 표현이 유행했었고, 또 현재에도 이를 몸소 실천하며 스스로의 성장은 물론 기업의 성장 동력 또한 갉아먹는 경우가 존재한다 어디라고는 말하지 않겠다.. 내로라하는 대기업에 들어가고 나면 사원증에 박힌 회사 로고를 훈장으로 삼아 평생을 몸 바치고자 하는 사람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반면, 실리콘밸리의 엔지니어들은 자신의 성장이 정체되었다고 느끼면 망설임 없이 회사를 떠난다. 그런데 그런 그들이 거의 유일하게, '이 회사를 나의 마지막 회사(The Last Company)로 삼고 싶다'라고 말하는 회사가 있다. 바로 '엔비디아(NVIDIA)'이다.

그렇다면 엔비디아는 어떤 점에서 이런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을까? 젠슨 황은 어떻게 엔비디아를 세계 기술의 선두주자이자 직원들이 사랑하는 회사로 만들었을까? 이 책은 단순히 성공 스토리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엔비디아가 크고 작은 파도 속에서도 어떻게 본질을 지키고 미래 기술을 선도할 수 있었는지를 리더십과 조직 철학의 관점에서 명쾌하게 풀어낸다.
특히, 책은 엔비디아의 성장을 이끈 두 가지 중요한 가치를 강조한다. 바로 지적 정직성과 미션 중심 리더십이다.
혁신을 이끄는 철학: 지적 정직성과 실패의 재정의
엔비디아의 성공을 이끈 핵심 가치 중 하나는 ‘지적 정직성(Intellectual Honesty)’이다. 이는 실패를 숨기거나 회피하지 않고, 이를 학습 자원으로 삼는 독특한 조직 문화를 뜻한다. 우리나라의 ‘샌드위치 화법’처럼 부드러운 표현으로 문제를 돌려 말하는 것과 달리, 엔비디아에서는 문제를 명확히 드러내고 해결책을 찾는 데 중점을 둔다. 예컨대, 엔비디아는 실패가 발생하면 이를 공유하는 ‘실패 공유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문제를 분석하고 교훈을 나눈다. 이는 CEO인 젠슨 황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그는 위기 상황에서도 모호한 희망을 주는 대신, 문제를 투명하게 공유하고 구체적인 대응책을 제시하며 직원들에게 신뢰를 얻었다.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 같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굉장히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방어 기제를 갖고 있기 때문에, 누가 자신을 지적하면 일단 반박할 내용을 찾게 되기 마련이다. 단순히 이러한 본성을 떠나서, 사업을 하기 위해선 자신을 부풀리고 포장할 필요가 있는 것도 사실이고, 한때는 실리콘밸리의 창업가 정신이라 하면, '될 때까지 되는 것처럼 행동하라(Fake it till you make it)'가 꼽히기도 했을 정도니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허슬(Hustle)' 정신과 지나친 근자감을 혼동해서는 안된다. 이러한 혼동으로부터 본인과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부검'이 필요하다. 실패 상황을 철저하게 분석해서 왜 이런 실패가 발생했는지, 다시 이러한 실패를 겪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아내야 한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처럼, 메타인지를 철저히 하고, 직원들에게도, 고객사에게도, 그리고 본인 스스로에게도 부끄러움이 없어질 정도로 실패를 씹고 뜯으며 극복해나가는 과정이 지금의 엔비디아를 만든 것이다.
엔비디아 직원들 사이에 '젠슨 앞에서 하지 말아야 할 세 가지 금기사항' 리스트가 있다. 바로, 아는 척 하는 것, 얼버무리는 것, 과장하는 것이다. 이는 젠슨 황 본인에게도 적용되었기 때문에, 주가폭락으로 인한 회사의 위기 같은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우린 잘 될 거다'라는 공수표 같은 말이 아닌, 정확한 문제 상황 공유와 확실한 대응 스텝 제시를 하면서 직원들의 불안감을 잠재우고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최근 교수님과의 일대일 랩미팅이 있었다. 나는 평소 습관대로 나보다 먼저 진학한 석박사생들에게 '선배님들이 많이 도와주셔서 좋다'와 같은 이야기를 했는데 이때 교수님께서 해주신 말이 떠올랐다. 바로, 우리는 연구를 같이 하는 동료이지 선후배 같은 게 아니다는 말이었다. 이게 선후배 위계질서를 무시하고 제멋대로 살라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선배여도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명확히 피드백하고, 선배의 도움을 마냥 바라지 말며, 또 반대로 선배의 업무에 내가 도움 줄 수 있는 게 있다면 적극적으로 도우라는 말씀일 것이다.
사실 우리는 독립적인 연구자로 성장해 나가고자 대학원 생활을 하는 것이지, 누군가의 밑에서 배우고, 누군가가 지시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 대학원에 다니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물론, 교수님과 선배에게 충성할 수밖에 없는 연구실도 존재한다는 것을 잘 안다.. 교수님의 이 말씀과, 엔비디아의 지적 정직성이라는 철학이 오버랩되면서, 어떻게 하면 대학원생 기간을 정말 최고의 시간으로 보낼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을 해보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
장기적 비전과 미션 중심 리더십
이러한 지적 정직성과 더불어, 엔비디아의 핵심 프레이즈로 꼽을 수 있는 문장은 바로 'The Project is the Boss'이다. 이 말은 즉, 직급이나 위계에 의한 상사들은 물론, 고객이나 투자자들도 우리의 'Boss'가 아니라는 것이다. 엔비디아가 따르는 것은 오로지 '기술적 성장 방향성과 미션에 근거한 장기 비전'이다. 그리고 젠슨 황은 이러한 미션 중심의 리더십을 잘 발휘하여 임직원들에게 강력하고 확실한 장기 비전을 제시하며 엔비디아를 이끌어 왔으며 '지구상에서 가장 작은 대기업'으로 불릴 수 있도록 한 주요 원동력이 되었다.
젠슨 황의 리더십은 단순한 관리자를 넘어, 기술과 시장을 전략적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젠슨 황은 두리뭉실한 좋은 이야기만 늘어놓는 장기적인 비전이 아닌, 정말 해낼 수 있는 확실한 작은 스텝이 모여서 만들어진 장기 비전을 제시하며 최전선의 강력한 리더로서 회사를 이끌었다. 회사를 해체시키려는 행동주의적 투자자들과 전쟁을 불사하며 회사를 지켜냈고, 극초기 처참한 실적 부진에도 묵묵히 기술을 갈고닦았다. 세계 초강대 기업의 반열에 오른 지금까지도 엔비디아는 단기적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매출의 33%를 R&D에 투자하며 장기적인 기술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
게다가 사업 초기부터 꾸준히 위계와 권위주의를 깨부수고자 노력하는 젠슨 황의 모습도 정말 인상적이었다. 여전히 수십 명의 직원으로부터 직접 보고를 받으며 위계를 최소화하며 정보의 원활한 흐름을 강조한다. 모든 것을 비밀에 부치며 '가릴수록 완벽해진다'라는 지론을 가지고 있는 애플과 달리(물론 이것이 반드시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엔비디아는 모든 결정을 회의에 참석한 모든 사람이 공유받는다. 마치 영화 '아바타'에서 종족 내 모든 이들이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것 같다.
엔비디아는 이러한 노력을 통해 내부의 사각지대를 없애고, 동시에 외부로 향한 레이더를 민감하게 유지하며 새로운 시대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다. 딥러닝이 처음 등장한 시대에 병렬 컴퓨팅의 필요성을 느끼고 GPU를 개발했으며, 연구자들이 GPU를 사용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낀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CUDA와 cuDNN을 개발하여 강력한 중간 다리를 만들어 시장 내 입지를 공고히 했다. 사실 연구자들은 가난한 존재들이기 때문에 당장에 돈이 되지도 않고, 이것이 사업 수익으로 이어지기까지는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음에도 말이다. 하지만 엔비디아는 돈이나 시장의 규모가 아닌, '해결하고자 하는 미션'이 얼마나 중요한가 라는 미션 중심 리더십을 바탕으로 GPU 시장 최대 점유업체이자, 더 나아가 AI 시대의 패왕 자리를 석권할 수 있었다.
결론
책 '더 라스트 컴퍼니'는 단순한 성공 스토리를 넘어, 변화와 혁신을 이끄는 리더십과 조직 문화의 본질을 깊이 있게 다룬 책이다. 젠슨 황의 리더십 철학과 엔비디아의 성공 사례는 개인과 조직 모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보여준다.
특히, 기술 중심의 기업을 운영하거나 혁신을 고민하는 리더들에게 이 책은 귀감이 될 것이다. 젠슨 황의 리더십 원칙과 엔비디아의 조직 문화가 궁금하다면, 더 라스트 컴퍼니를 꼭 읽어보길 권한다. 이는 단순한 기업 성공의 이야기가 아니라, 모든 조직과 개인에게 적용 가능한 통찰과 교훈을 제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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